각기 다른 다섯 여성들의 이야기.. 애잔하다는 말이 이럴 때 쓰는 말인가 보다.
하나의 카페, 하나의 테이블에서 하루 동안 머물다 간 네 개의 인연에 관한 이야기
정유미 & 정준원
오전 열한 시, 에스프레소와 맥주. “나 많이 변했어.” 스타 배우가 된 유진과 전 남자친구 창석
정은채 & 전성우
오후 두 시 반, 두 잔의 커피와 초콜릿 무스케이크. “좋은 거 보면 사진이라도 하나 보내줄 줄 알았어요.” 하룻밤 사랑 후 다시 만난 경진과 민호
한예리 & 김혜옥
오후 다섯 시, 두 잔의 따뜻한 라떼. "좋아서 하는 거예요. 아직까진..." 결혼 사기로 만난 가짜 모녀 은희와 숙자
임수정 & 연우진
비 오는 저녁 아홉 시, 식어버린 커피와 남겨진 홍차. “왜 마음 가는 길이랑 사람 가는 길이 달라지는 건지 모르겠어.” 결혼이라는 선택 앞에 흔들리는 혜경과 운철
당신은 오늘, 누구를 만나 어떤 이야기를 했나요?
더 테이블
감독 김종관
출연 정유미, 한예리, 정은채, 임수정
개봉 2016 대한민국
별 기대감 없이 시작했다. 그렇고 그런 이야기겠거니. 한 테이블에 머물다 간 사람들이 이야기라니. 뭐 다 거기서 거기겠지.
그런데 잊었던 것이 하나 있었다. 그저 그렇고 그런 이야기가 내가 살아가는 이야기와 가장 닮은 이야기라는 것을.
극장가는 오락성으로 가득한 때려 부수고 죽이고 속이는 영화들이 가득하다.
그런 중에도 이렇게 나와 닮은 평범한 사람 사는 이야기를 영화로 만날 수 있는 건 또 다른 힐링의 한 방법이 되기도 한다.
공감하고 같이 웃고 같이 울고 하는 와중에 어느새 내가 내 스스로를 위안하게 된다.
너무 별거 없는 이야기임에 틀림이 없다.
그래서 더욱 공감이 잘 될 것이다.
아무리 우주에서 외계인이 쳐들어와 세상을 뒤엎는 블록버스터를 본다 한들 영화관에서 나오면 그만인 동떨어진 세상과는 다르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서글프다. 헤어짐과 거짓이 가득하다. 그럼에도 영화는 예쁘게 묘사되어 있다.
아이러니이다.
그들이 이야기를 마치고 떠나면 감독은 항상 남겨진 잔과 빈자리를 보여준다.
그리고 처음보다 차차 시들어가는 꽃도 보여준다.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현상들..
시들어가는 관계와 허무한 빈 공간..
별말없이, 특별한 장치 없이 참으로 마음을 공허하고 서글프게 만드는 장면들이 아닐 수가 없다.
시간이 흘렀다.
이것은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현상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그들 모두 시간 앞으로 나아갔다는 것이다.
조용히 혼자 이불 속에서 보내는 토요일 오후, 라떼 한 잔을 만들어 다시 침대로 파고들어 아무 말 없이 보기에 딱이 영화가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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