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남한산성 南漢山城, The Fortress



고답의 향연.
시발






1636년 인조 14년 병자호란. 

청의 대군이 공격해오자 임금과 조정은 적을 피해 남한산성으로 숨어든다. 추위와 굶주림, 절대적인 군사적 열세 속 청군에 완전히 포위된 상황, 대신들의 의견 또한 첨예하게 맞선다. 
  
순간의 치욕을 견디고 나라와 백성을 지켜야 한다는 이조판서 ‘최명길’(이병헌)과 청의 치욕스러운 공격에 끝까지 맞서 싸워 대의를 지켜야 한다는 예조판서 ‘김상헌’(김윤석). 그 사이에서 ‘인조’(박해일)의 번민은 깊어지고, 청의 무리한 요구와 압박은 더욱 거세진다.
  
나아갈 곳도 물러설 곳도 없는 고립무원의 남한산성
나라의 운명이 그곳에 갇혔다!







남한산성
감독 황동혁
출연 이병헌, 김윤석, 박해일, 고수, 박희순, 조우진
개봉 2017 대한민국







남탕 영화판에 또 다른 남탕 영화가 하나 탄생했습니다.
남탕 영화를 만들기에 아주 딱인 주제는 과거 역사물이지요. 
명불허전입니다.






이번 영화는 굳이 남탕이라서 열받는 건 아닙니다. 
아마도 내가 요즘 사람이기 때문에 고답이라고 느끼는 게 맞다고 봅니다.
내가 그때 사람이라면 이런 감정도 생각도 없었을 테니까요.






병자호란은 치욕의 역사가 맞습니다. 
기분이 나쁘지만 무턱대고 기분이 나쁠 수만도 없네요.
영화를 보면서 옛날에 진짜 저랬을까? 하는 의문이 여러 가지 있었습니다.






몇 번의 전투씬이 나오는데 우리나라 군사들은 병법이란게 있기는 했답니까?
옥쇄가 찍혀있는 문서를 받았으면서 전령이 군사가 아니라 대장장이라는 이유로 사실 확인 없이 어명을 거절할 수가 있는 겁니까?
왕이 도망을 갔으면 왕가 식솔이 전부 따라갔을 텐데 그들은 어찌 코빼기도 하나 안 비친답니까?
공격이 언제 시작될지도 모르는 마당에 어휴.. 명나라 "방향"에다 세배를 올려야만 합니까?
망할 놈의 떡국에 들어갈 가래떡 만들 쌀이면 군사들이 죽을 며칠을 먹을 수도 있겠습니다?
아니 말 새끼 먹으라고 군사들 덮고 있는 가마니 뺏어다 죽 쑤다가 군사들 얼어서 다 뒈지면 그 말은 누가 탄답니까?






그리고 즈그들인 불 피운 집에서 옷을 겹겹이 입고 지내면서 안입고 있는 여벌의 옷 좀 나눠주면 죽는답니까?
아니 그리고 예? 양반 놈들 옷을 나눠 입으면 체면이 떨어진다는 건 무슨 궤변인지?
체면이 떨어지면 백성이 의지할 곳이 사라진다는 건 또 무슨 개소립니까?
그리고 군사를 부릴 거면 진두지휘를 해야지 지는 산성에서 숲 속만 바라보고 있으면 가지 사이로 뭐가 보인답니까?
병법 설명도 없이 갑자기 나가서 싸우라고 백성들한테 창 한 자루씩 쥐여준 게 전부면서 안 나가면 뒤에서 죽인다고 협박하는 건 또 뭔.. 어휴 진짜.






왕이라는 사람도 또 고답이에요.
어? 능력이랑 뭐 그런 거를 하나도 안 따지고 그냥 어이구 어화둥둥 장손이로구나 네가 내 다음을 이을 세손이니라~ 하고 키우니까 이놈이 정치를 할 놈인지 그림을 그릴 놈인지도 모르고 왕으로 앉히니까 그 모양 그 꼴이지 않겠냐고요.
얼탱이가 하나도 없는 역사라 이겁니다 아주.






뭔지도 모르고 따라가서 본 영화인데 열받아 죽는 줄 알았습니다.

웰메이드는 맞아요. 맞는데 진짜 열받고 짜증 나고 답답하고. 특히 요즘 사회 이슈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가슴을 퍽퍽 칠 순간이 여러 번 있을 겁니다.






오른쪽에 흰옷을 입은 김상헌이 영화 끝쯤에 아주 기가 막힌 대사를 날립니다. 
오래된 것이 사라져야 된다고. 

맞아요. 어른들의 지혜와 경험은 무시할 수 없지만 그것을 고수하라고 고집하는 건 뒤처지겠다는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당신네들이 부딪쳐서 실패하고 경험해서 알아낸 지혜를 배운  젊은이들이 그 위에 또 다른, 지금 시대에 맞는 도전을 하고 실패를 하는 경험으로 또 다른 새로운 지혜를 얹어 나가야 세상이 발전하는 겁니다.

부디 이 대목에서 큰 깨달음을 얻는 어른들이 많기를 바랍니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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