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봐봐.케이크가 몇 조각 남았니?세 조각 남았지?너네가 앞으로 살면서 말이야 이런 일이 있으면 그땐 넷 중 하나라도 케이크를 포기하게 만들어서는 안되는 거야차라리 셋 다 안 먹고 말아야지인간은 시시해지면 끝장이야
방법을 모르겠어어떻게 하면 사람들하고 같이 있을 수 있는지방법을 모르겠어요
“불행한 인생 혼자 살아 뭐 하니, 그래서 다 같이 사는 거야.”
혼자 남겨지는 것이 두려운 소녀 ‘소현’은 어떻게든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매일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그런 ‘소현’을 받아주는 것은 ‘정호’ 오빠뿐이다. ‘정호’마저 소현을 떠나고 누구라도 자신을 찾아주길 바라던 어느 날, 꿈결처럼 미스터리한 여인 '제인'이 나타나고, 그날 이후 소현은 조금씩 ‘제인’과의 시시한 행복을 꿈꾸기 시작한다.
꿈의 제인
감독 조현훈
출연 이민지, 구교환, 이주영
개봉 2016 대한민국
꿈의 제인은 소현의 꿈으로 그려지는 세계이다. 제인은 소현의 도피처이자 안식처이다.
영화는 시간의 흐름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뒤죽박죽으로 섞여 있다. 마치 소현의 현실과 상상을 넘나드는 것처럼 소현이 현재에서 과서를 회상하며 상상하기도 하고 상상 속 소현이 마치 현실이 된 것처럼 모호한 현실과 꿈의 경계를 무수하게 넘나드는 것 같다.
소현의 곁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떠나갔다. 하지만 소현은 스스로를 끝끝내 붙잡기 위해 꿈을 꾼다. 꿈을 그린다. 그리고 그 꿈 하나로 억지로 억지로 버거운 현실을 버텨나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제인이 소현에게 인생은 끝없는 불행의 연속이라고 설명해준 것을 아주 굳게 믿고 의지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문득 스치는 생각이, 제인이라는 인물 자체가 어쩌면 소현의 꿈속에만 존재하는 인물이 아닐까 짐작을 해보게 된다.
영화 끝쯤에 정호가 일하던 가게를 찾아가 만난 여인이 하룻밤은 재워주겠다고 데리고 간 그 집에서 자면서 꾼 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떠오른다.
소현이 보육원에서 나와 정호와 지내다가 정호가 떠나고, 수지와 대포와 쫑구와 팸 생활을 하다 수지가 죽고 지낼 곳을 찾아 정호를 만날 수 있을까 하여 그가 일하던 뉴월드를 찾아간다. 정호를 만나지 못하고 여인을 따라간다. 그리고 잠을 청한다. 꿈속에서 그 여인과 집을 바탕으로 하는 가공의 인물 제인과 그가 좋아했던 인물들을 불러들인다. 제인은 소현 자신의 욕구와 소망을 대신하는 인물이다. 현실에서의 좌절이 꿈에서도 반영되어 제인이 죽는다. 제인이 투신한 이유는 소현이 지수가 죽은 모습을 봤기 때문. 그리고 정호와 지냈던 모텔방으로 돌아가 편지(유서)를 쓰고 손목을 긋는다. 희미해져 가는 의식 속에서 다시 꿈을 꾼다. 제인이 찾아와 말을 건넨다. 너, 돌아왔구나?
위에 쓴 내 짐작이 얼추 맞는다고 한다면 제인은 누가 믿어주지 않는다고 해도 내가 그렇게 믿으면 그것이 진실이라고 말한 것이 소현 자신에게 보내는 메시지였던 것으로 해석이 될 수도 있겠다.
꿈의 제인은 어떤 방식으로 해석을 한다고 해도 거의 대부분 맞아떨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게 의도였건 아니었건 어쨌든 한 예술을 받아들이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의 감상은 그러하다는 것이다.
워낙 영화의 설계가 복잡하고 어떻게 보면 불친절하다고 묘사할 수 있는 영화이기 때문에 현실과 꿈을 분간하는 데는 엄청난 내공과 지식이 필요할 것이라고 본다. 그러니까 나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지.
어쩌다 이렇게 한 번 행복하면 됐죠그럼 된 거예요
어쩌면 정호는 제인에게 한 조각 모자른 케이크가 이니었을까? 그래서 그 여자도 소현도 제인 자신도 나눠 갖을 수 없다면 시시해지면 끝장이면 차라리 갖지 않아야 하는데, 정호를 너무나 갈망하는 자신의 모습이 시시해져서, 그 모습이 역겨워 스스로 거식증에 걸리기까지 한 게 아닐까?
잔인하도록 담담하게 고백하는 지긋지긋한 삶을 보면서 연민을 하기도 하고 공감을 하기도 했다. 상실을 채우기 위해 집착하는 모습, 살기 위해 거짓으로 꾸며내는 모습 등..
어른의 나이가 된 이후 무던히도 감추고 꾸미고 아닌 척 그런 척 살아가는 삶이 고단한 나에게 제인이 가슴에 사무치는 말을 건넨다.
우리 죽지 말고불행하게 오래오래 살아요그리고 내년에도 내후년에도또 만나요불행한 얼굴로여기 뉴 월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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