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투자한 영화라고요? 우리나라에도 그런 일이 벌어진다고요?
옥자가 그렇게 핫하다고요? 근데 무료 관람이 가능하다고요?
새 시대가 열렸네요 드디어
비밀을 간직한 채 태어난 거대한 동물 옥자는 강원도 산골에서 소녀 미자와 함께 행복하게 자라난다. 그러던 어느 날 옥자가 갑자기 사라지고, 옥자의 유일한 가족인 미자는 필사적으로 옥자를 찾아 나서지만 점점 예상치 못했던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옥자
감독 봉준호
출연 틸다 스윈튼, 폴 다노, 제이크 질렌할, 안서현
개봉 2017 한국, 미국
하마와 돼지가 합쳐진 모양의 엄청나게 큰 상상 속의 동물이 나온다고 하여 이 영화는 내가 재미없게 볼 그런 영화 중에 하나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처음에는.
이 영화가 뭐가 그렇게 대단하길래 칸에 초청을 받고 세상의 스포트를 받는지 의아함이 많이 들었다. 그리고 왜 이 소녀가 그토록 찬사를 받는지도 알 수 없었다.
영화를 보고 난 지금 모든 게 자연스럽게 이해가 된다.
어느 인터뷰에서 봉준호 감독이 말하기를 서울 어느 도로를 달리고 있던 중 저 숲 속에 사람보다 몇 배나 더 엄청나게 크면서 순진한 동물이 살고 있다면 어떤 느낌일까라고 생각한 것이 이 영화의 시작이었다고 했다.
그리고 틸다 스윈튼이 어느 인터뷰에서 말하기를 설국열차를 찍고 있던 시절 봉준호 감독이 자기에게 차기작이라면서 어떤 작은 종이 한 장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그 종이 안에는 거대한 뭔지 모를 동물과 아주 작은 아이가 함께 서 있었다. 틸다 스윈튼은 그림 속 그들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다음 영화에도 출연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봉준호 감독의 특기(?)라고 생각되는 점이 각 캐릭터의 색채가 분명하고 고유하게 정해진다는 것이다. 설국열차에서도 그랬듯 이번 옥자에서도 각자의 역할과 색채가 뚜렷해 이야기가 견고하고 막힘이 없다고 느껴진다.
그도 그럴 것이, 봉준호 감독의 능력은 DNA부터가 남다르다. 그의 할아버지는 수능 공부를 하면 한 번씩은 볼 수 있을 '구보 씨의 하루'의 작가라고 하고, 그의 아버지는 우리나라 첫 시각디자이너라고 하고, 또 그의 여러 형제가 예술판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하는 글을 어디선가 본 것 같다.
그러니 봉준호가 봉준호가 될 수 없을 수가 있었을까.
진지함과 유머러스가 적절히 녹아들어 있는 복잡한 영화다. 폭력이 없지만 너무나도 폭력적인 영화다. 잔인함이 없으면서도 무자비한 영화다. 옥자는 그런 영화임이 틀림없다.
영화에는 ALF라는 조직이 등장한다. 동물들을 사랑하고 비폭력을 지향하는 단체다. 하지만 그들도 똑같은 인간들이었다. 미자가 옥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을 보여주기 전까지는. 이 단체의 리더로 보이는 제이가 미자의 행동에 놀랐던 순간 나도 무언가에 눈을 뜬 느낌이 들었다.
동물과 가깝게 생활하지 않는 나이기에 옥자와 미자의 관계를 100퍼센트 이해하고 공감하기는 어려웠지만 강렬하고 이상하고 충격적인 영화를 봤다는 데 의견을 정리한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