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해빙 Bluebeard



스릴러는 정답이 있잖아요






한강이 녹고 머리 없는 여자 시체가 떠오르자, 살인의 악몽이 다시 살아난다.

한때 미제 연쇄살인사건으로 유명했던 지역에 들어선 경기도의 한 신도시.  병원 도산 후 이혼을 하고 선배 병원에 취직한 내과의사 승훈(조진웅)은 치매 아버지 정노인(신구)을 모시고 정육식당을 운영하는 성근(김대명)의 건물 원룸에 세를 든다. 

어느 날, 정노인이 수면내시경 중 가수면 상태에서 흘린 살인 고백 같은 말을 들은 승훈은 부자에 대한 의심을 품게 된다.

한동안 조용했던 이 도시에 다시 살인사건이 시작되고 승훈은 공포에 휩싸인다. 그러던 중, 승훈을 만나러 왔던 전처가 실종되었다며 경찰이 찾아온다. 

그리고 시작되는 의심과 추적.






해빙
감독 이수연
출연 조진웅, 신구, 김대명
개봉 2017 대한민국






조진웅의 시선으로 들려주는 영화를 보며 처음엔 대체 이게 무슨 영화인가, 더럽게 재미없는 영화를 골랐구나는 생각이 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철저하게 숨겨놓은 스릴러의 묘미들이 드러나면서 이 영화는 예술에 가깝다는 결론으로 영화의 끝을 마주했다.






빙산이 녹아내리면서 그 속에 감춰져있던 진실이 드러나는 것과 같이 착각 속에 가려져 있던 모든 진실이 드러나는 것을 보면 전율이 느껴지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참 간단한 시놉인 것 같으면서 이렇게 심리적으로 뒤흔들어 놓을 수 있는 건가 싶은 의문이 동시에 드는 영화였다.






프로포폴을 훔치던 간호사 미연이와 독대를 하며 나누던 대화의 마지막에 미연이 뱉은 한 마디의 대사를 우리에게 들려주지 않는 것을 보았을 때 이 이야기는 지금까지 본 것과는 반대로 흘러갈 것이라는 힌드를 얻을 수 있었다. 그 말이 대단한 충격을 줄 것이 아니라면 굳이 감춰야 하는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영화를 그렇게 진지하게 해부하는 능력이 없는 나는 승훈이 약 중독자였다는 것을 추리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더 충격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영화를 보면서 곡성에 나오는 악마의 말이 떠올랐다. 의심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자기가 보이지 않았냐는 식의 뉘앙스를 가진 대사였던 것 같은데, 여기서도 일맥상통하는 줄기가 있는 것 같다. 승훈이 의심을 갖는 순간부터 세상이 뒤틀리기 시작해 결국 환상이 지배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정교한 스릴러를 본 것 같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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