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할 나위 없이 따뜻했던 우리의 연애담을 들려드립니다.
미술을 공부하는 윤주(이상희).
졸업 전시를 준비하던 중 자꾸 눈길이 가는 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살짝 마주친 눈빛에서 느껴진 따뜻함에 윤주는 점점 마음이 이끌리기 시작한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꿈을 찾아가는 지수(류선영).
추운 겨울 어느 날, 나를 따뜻하게 바라봐주는 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얼마 후, 그 사람을 다시 만난 지수는 그 사람에게 마음을 이어나가려 손을 내밀어 본다.
두 사람의 마음이 이어진 가장 행복하고 따뜻했던 이 순간은 정말 영원할 수 있을까….
연애담
감독 이현주
출연 이상희, 류선영
개봉 2016 대한민국
사람 사는 이야기가 국적, 나이, 성별에 상관없이 비슷한 모양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나는 스무 살이 채 되기도 전에 알아버렸다. 연애담이라는 영화는 두 여자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 떠나 소재 때문에 영화를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유행처럼 번지는 다른 사람 쿨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주관 없이 본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그저 영화가 좋거나 궁금해서 본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조금 전에도 말했듯이 사람 사는 이야기는 다 거기서 거기인데.
영화는 두 사람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 보통의 영화나, 보통의 사랑 이야기와는 크게 다른 점이 하나 있다. 음악이 철저하게 배제되었다는 점이다. 장면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음악은 상황의 감정을 극대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무것도 아닌 장면인데도 음악 때문에 감정의 변화가 생기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영화를 비롯한 거의 대부분의 영상 매체에서는 음악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영화에 음악은 단 두 번만 재생된다. 바로 위에 보이는 사진 속 장면인, 둘의 사랑이 가장 확신에 가득 차 있을 때와 영화의 끝부분에서 둘의 갈등으로 사랑에 대한 의심이 가장 크게 들 때, 바로 이 두 부분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어디선가 감독의 인터뷰를 본 기억이 있다. 감독의 말을 인용하자면 원래 두 장면에 같은 음악을 넣고 싶었다고 한다. 사랑에 대한 확신과 의심이 가장 대조되는 두 장면에 말이다. 조금 다른 음악을 넣었다고 해서 몇 차례 들어보기는 했지만 정말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기에 포기를 했다.
어떤 사람들은 이 영화를 보고 올드하다, 진부하다, 재미가 없다 등 부정적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그 말들에 어느 정도 동의하는 바이다. 거기서 거기인 사랑 이야기가 진부했고, 특별한 사건도 없었고, 손을 쥐게 하는 절정도 없었다. 이 영화를 놓고 재미있는 영화라고 말하기는 조금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스크린에 올라왔다는 것이다. 달라졌다. 과거에는 절대로 용인되지 않는 동성 간의 사랑이 이제는 어느 정도 너그럽게 수용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서로의 인권을 이해하는 그런 사회 말이다.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과 개성이 존재하고 그를 존중하며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에 다양한 성격의 사랑도 또한 그러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남자 여자 이분법의 사고는 정말 지루하기 짝이 없다. 조선시대야 뭐야. 사람들의 마음에 왜 그렇게 화가 많은지….
비단 이 영화 한 편만으로 세상의 모든 편견을 깨부술 수는 없는 일이겠지만 부디 많은 젊은이들이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 영화를, 세상을 바라본다면 어쩌면 내 옆의 사람을 나와 다름이 없는, 그저 나와 같은 세상에서 같은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또 한 명의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세상이 언젠가는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단조로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영화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두 사람의 감정과 목소리, 숨소리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하나의 좋은 시대 기록물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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