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유령이 올해로 30주년이 되었다. 어려서 읽었던 책이 너무나 크고 두꺼운 것에 지레 겁을 먹고 책을 읽다 말다 하다 결국 다 못 읽은 채로 방치해뒀다가 이제야 뮤지컬로 봤다.
1986년 9월 27일 첫 공연을 시작으로 오늘날까지 쭉 공연을 하고 있는데, 공연장은 생각보다 협소했다.
여왕 폐하의 극장
Haymarket, London SW1Y 4QL 영국
공연장은 Her Majesty's Theatre (여왕 폐하의 극장)인데, 관광객들이 반드시 들리는 피카딜리 서커스(Piccadily Circus)에서 몇 걸음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300년도 더 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멋진 건물이다.
나는 라스트 미닛이라는 사이트에서 아주아주 저렴하게 산 자리라 내 자리는 천장 바로 밑에 있었다. 그래도 아주 잘~ 다~ 보인다! 몇 백 파운드 주고 다 보이나 몇 십 파운드 주고 다 보이는 건 매한가지. 솔직히 말하자면 그럴만한 여유를 부릴 통장이 아닌지라.. 사실 발코니 자리는 좀 협소해서 영국 사람에 비해 키가 아주 큰 편은 아니라고 보는데도 무릎이 꽉 차는 게 불편했다. 저 사진 속 비싼 자리는 좀 넓으려나 모르겠다.
다른 공연장에서 본 스톨이나 서클 자리도 그렇게 편~하지는 않았던 기억으로 보아, 어디를 가도 어디를 앉아도 다 비슷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특히 이 건물은 오래되기도 오래됐으니 유난히 더 불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들뜬 마음으로 앉아서 기다리는데 어휴, 공연이 시작되고 과거 잘 나가던 극장의 모양을 갖춰갈 때 얼마나 전율이 흐르던지!!
그리고 무대 미술과 장치가 너무나 웅장하고 화려해서 입을 다물 새가 없었다. 의상도 너무나 화려해서 그런 화려한 옷, 특히 드레스를 살면서 입고 싶다는 생각을 거의 전혀 한 적이 없었는데 오페라의 유령을 보면서 여자 주인공의 드레스를 나도 한 번 꼭 입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뮤지컬의 내용상 나는 뮤지컬을 보고 있지만 공연 중에 발레 공연도 볼 수 있고 오페라도 볼 수 있는 볼거리가 아주 많은 공연이다. 뮤지컬도 좋아하고 발레도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렇게 이득 일수가 없었다. 진작에 알았으면 좀 몇 번 더 볼걸.
자리마다 1 파운드 코인을 넣으면 오페라글라스를 꺼내서 볼 수 있게 마련되어 있다. 그 1 파운드가 아까워서 단 한 번도 아직 꺼내보지 않았지만, 사실 바로 위 사진 속의 장면이 연출될 때는 오페라 유령의 얼굴이 보고 싶어서 지갑을 꺼내 들 뻔도 했지만 ㅠㅠ
유명한 노래가 흘러나올 때마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평소에도 뮤지컬 넘버들을 종종 듣는 편이라 뮤지컬은 보지 않아도 넘버들은 익숙한데 익숙한 음악이 내 눈앞에서 라이브로 흘러나오는 걸 체험할 때마다 이 맛에 뮤지컬 보는구나~ 하고 매번 느끼고 있다.
오페라의 유령이 여기서 나타나고 저기서 나타나며 신출귀몰하는 것도 멋있었고, 샹들리에가 떨어지는 것도 멋있었고, 뭐 하나 아쉬운 게 없었는데 이야기의 끝에 다다라서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 엉엉 ㅠㅠ
오랜만에 노는 날이 와서 여유롭게 보냈던 날에 보러 갔던 뮤지컬. 안 봤으면 정말 후회가 막급했을 것 같습니다. 내 돈이 전혀 아깝지 않았고, 공연자들에 대한 존경심이 또다시 한 번 커지는 기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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