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불성 불광불급. 전쟁이 전 세계를 휩쌌던 그때, 그래서 더욱 미치도록 열중하는 사람이 더욱 아름다울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재능이 우선인가 아니면 열정이 우선인가. 어떤 것이 예술을 더욱 예술답게 만드는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플로렌스 포스터 젱킨스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있어 공유한다. 관심이 있다면 한번 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녀가 살았던 시대와 그녀가 그토록 예술에 열중했던 이유를 조금은 이해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재능이 우선인가 아니면 열정이 우선인가. 어떤 것이 예술을 더욱 예술답게 만드는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플로렌스 포스터 젱킨스는 수십 년간 극장을 운영하며 공연을 올렸다. 갈채와 환호를 받으며 무대에서 빛나는 그녀는 전 남편에게서 얻은 성병이 평생을 괴롭힘당하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곁에는 언제나 그녀의 편이 되어준 클레어 베이필드가 있어주었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죽음을 항상 대비하며 지내던 그녀의 꿈이 하나 있으니 그것은 바로 카네기 홀에서 수천 명의 관중 앞에서 노래하는 것. 전쟁에 지친 병사들과 클럽의 멤버들을 초대해 공연을 하기로 하고 베이필드는 수단과 방법을 모두 동원한다. 노래연습을 하고 음반을 녹음하며 행복한 시간만을 보내던 그녀에게 닥친 최대의 난관이 닥치는데.
엣지 있는 역할을 도맡아 오던 메릴 스트립이 후덕한 부인이 되어 돌아왔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무섭도록 도도한 편집장의 이미지를 기억한다면 영화의 시작과 함께 실소가 나올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 이미지와는 완전히 반대인, 조금은 푼수 같은 아줌마로 나오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영화이다. 얼마큼 재구성된지는 잘 몰라도 메릴 스트립이 부르는 노래들이 실존 인물이 부른 노래라는 것은 확실히 알 수 있다. 솔직히 말해서 이분이 노래를 잘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도 모두가 그렇게 느낄 것이다. 하지만 이분의 노래는 가장 많이 팔린 음반 중에 하나라고 엔딩 크레딧에 나온다. 어쩌면 시대가 이런 음악을 필요로 했는지도 모르겠다.
모짜르트의 Queen of the Night 밤의 여왕이라는 곡을 플로렌스 포스터 젱킨스가 부른 동영상이다. 이 음악을 듣고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하지만 그 시절은 달랐다. 모두가 전쟁과 죽음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극도에 달했던 시대이고 그들은 웃을 거리가 필요했다. 모두가 미쳐버렸던 시절이었다.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가 모호했던 것이라고 생각된다. 간단히 말해 Sweet Distraction이 필요했던 것 같다.
플로렌스 부인은 음악을 하기 위해 집을 떠났고 원치 않는 결혼을 했다. 그리고 첫날밤 그 남자에게서 성병을 얻었다. 그들의 결혼은 금세 끝이 났고 무대 위에 서 있던 그녀는 객석에서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던 영국에서 온 한 남자의 아름다운 미소에 한눈에 반하게 되었다.
이 베이필드라는 남자가 실제로 어떤 사람인지는 알 길이 없지만 영화 속에서 묘사된 그대로라면 참 비열하다고 생각되지만 그래도 순정남이구나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플로렌스 부인의 건강 때문에 떨어져 지내면서 어리고 예쁜 여자와 다른 집에서 동거를 한다. 한 편으로는 그럴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다. 양동근이 배우는 직업이고 음악은 인생이라고 말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얘기해 본다. 정확히 이 말에 임플라잉 되는 건 아니지만 컨셉이 닮았다고 할까? 내 생각을 말로 잘 표현하지 못하겠다.
영화를 보고 싶었던 많은 이유들 중에 하나는 사이몬 헬버그를 빅뱅이론 밖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하. 정말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빅뱅이론에서보다도 훨씬 더 재미있었고 연기도 뛰어났다. 이 사람이었기 때문에 빛이 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녀의 곁에 있던 두 남자가 보여주는 로열티는 너무나 아름답다.
망신을 당할까 봐 부끄럽고 두려웠던 피아니스트는 그의 모든 것을 뒤로하고 플로렌스 부인을 위해 당당히 함께 무대에 올랐다. 그리고 베이필드는 아내가 슬퍼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무척이나 애를 썼다.
결국 플로렌스 부인은 공연을 마치고 한 신문의 리뷰에 충격을 받아 쓰러져 병세가 급속도로 악화되어 목숨을 잃게 되지만, 그녀는 마지막 순간까지 두 남자의 사랑과 격려 속에서 행복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이 영화를 보면서 조금은 슬픈 마음이 들기도 했다. 올해는 유난히 훌륭했던 예술가들의 죽음이 잦았다. 그런데 메릴 스트립도 휴 그랜트도 나이가 많이 먹은 걸 보니 언젠가 이들도 세상을 떠날 날이 다가오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 가는 데 순서 없다고는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젊은 예술가들이 계속해서 등장한다고 한들 그들이 절대로 복사할 수 없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연륜에서 나오는 깊이인데, 많은 나이 많은 배우들이 세상에서 자취를 감추게 되면 그들만의 인생을 닮은 연기를 더 이상 볼 수 없게 될 거라는 생각에 벌써 슬픔과 아쉬움이 가득 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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