툴라의 아버지는 알렉산더 대왕의 직계 후손이라고 주장하며 자신이 그리스인인 것을 무엇보다도 자랑스럽게 여기며 살아온 남자로 여자란 일생에 3가지 일을 반드시 해야 하는데 그것은 바로 그리스 남자와 결혼해서 그리스 아이를 낳고 다른 사람을 먹여 살리는 것.
서른 살이 되도록 연애 경험이 없던 툴라에게 이상형의 남자인 이안이 찾아와 불타는 연애를 하지만 가족들은 이안이 그리스 사람이 아니라는 것에 의기투합하여 훼방을 놓지만 결국 결혼에 골인한 둘.
17년이 지나 사춘기 여고생 패리스만을 바라보며 가족의 문제를 고치느라 이안과 툴라 사이의 로맨스는 더 이상 찾아 볼 수가 없다. 여자였던 툴라가 어머니로서의 시간을 보내고 이제 다시 여자로 돌아가려는데, 어느 날 툴라의 아버지가 찾은 자신의 결혼 증서에 사인이 없다?
세상에. 나올 거라 생각도 못 했던 My Big Fat Greek Wedding의 후속편이 나왔다. 전편을 미국에서 지낼 때 보고서 너무 재미있어서 DVD까지 사서 엄청나게 많이 돌려봤던 기억이 있어서 무슨 내용인지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영화의 후속편이라면 봐줘야 한다는 일종의 의무처럼 보러 갔는데, 정말 정말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이 영화에는 많은 여성상이 등장한다. 청소년, 어머니, 어머니의 어머니, 모두의 어머니.
그리고 여자.
현실에서는 13년이 지난 이제 2편이 나왔지만 영화 속에서는 이 아이 17세다. 한참 똥꼬발랄하고 자기주장 강한 그런 때라 그런지 영화에서도 현실 17세 고등학생처럼 나오는 게 아주 친근했다.
자신이 그리스인이라는 것을 감추려고 하지만 사실은 자신의 가족을 무척이나 사랑하고, 또 졸업 댄스파티에 같이 가게 된 남학생이 그리스인이라는 것을 알고서는 감격에 겨워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영락없는 17세 소녀가 할만한 행동들을 아주 귀엽게 보여준다.
이런 모습이 귀여워 보인다니. 맙소사. 나도 나이를 먹어가기는 하나보다.
마나 야 야로 불리는 증조할머니. 역할이 연세가 너무 많아서 대사라고는 딱 한마디 밖에 없고 약간의 치매 증상(?) 때문에 엉뚱한 행동들을 하지만 노련미랄까? 할머니가 나오는 장면은 모두 빵빵 터졌다. 그리고 증손녀에게 날리는 핵직구에 괜스레 눈물이 찔끔.
그리고 결혼식장에 오랜만에 꾸미고 나타난 할머니를 보며 뒤통수를 한 대 크게 맞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여자는 여자인 것.
내가 볼 때 이 두 분이 이번 편의 주인공이라고 생각이 된다. 강한 아줌마의 표본인 아내와 표현할 줄 모르는 순정남. 둘의 케미가 달달하다.
사소한 일이라도 뭐든지 온 가족이 나서서 함께 해주는 이 가족이 나는 참 좋다.
툴라의 어머니인 마리아가 결혼식장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다.
여자라고 반드시 결혼을 해야 하는 건 아니야. 그건 옛날이야기야. 내가 만약 거스를 따라서 미국에 오지 않았다면 훌륭한 과학자가 되었을 수도 있고, 수사관이 되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여행을 다녔을지도 몰라 … 하지만 나는 용감한 여자였어. 그래서 거스를 따라 미국에 온 거야. 그리고 어쩌면 가족을 만드는 게 내 모험 일지도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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