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어디에선가 정말로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이야기. 그리고 얼마 전 별세한 앨런 릭먼 Alan Rickman 의 마지막 영화. 사람이기에 갈등할 수밖에 없는 씁쓸한 이야기.
나이로비, 케냐를 주시하고 있는 영국과 미국. 오늘 진행하는 미션은 영국인과 미국인이 관련된 한 케냐의 테러 조직을 검거하는 것. 영국의 지하 벙커와 미국의 공군 기지와 케냐의 군인들이 합동으로 작전을 실시한다.
테러 조직이 모이기로 한 곳을 주시하고 있는데 갑자기 그들이 서둘러 어디론가 향한다. 그곳은 정보에 입수되지 않은 무명의 장소. 당황한 작전 팀은 침착하게 그들을 검거할 기회를 노리고 있던 중 계획과 다르게 흐르자 검거에서 타격으로 작전을 수정해야 하는지 갈등한다.
결국 정찰하고 있는 드론으로 폭격하기로 결정하지만 드론을 조종하는 미군의 파일럿은 쉽게 명령에 복종할 수가 없다. 테러 조직이 머물고 있는 건물과 맞닿아 있는 집에 사는 어린 소녀가 폭격 지점 바로 옆에서 엄마가 구운 빵을 팔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자살 폭탄 테러범 두 명이 밖으로 나가 폭탄을 터트리면 80명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그들과 테러 조직을 사살해야 하는 것이 우선인지 아니면 아무런 죄도 없는 어린 소녀의 목숨을 살리는 것이 우선인지 결정해야 하는 시점에 작전 참여자들은 갈등하게 된다.
과연 이들의 결정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리고 그 소녀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있을 법한 허구. 다시 말하면 있을지도 모르는 이야기. 나는 이 영화의 소재가 절대 없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분명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내가 이해하지 못할 이유의 테러 활동이 벌어지고 있고 어떤 강국들은 일반인 보호라는 명목으로 위장한 권력 확보를 위한 군사 활동을 하고 있다. 물론 남의 나라 이야기 만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길을 걷다 폭탄이 터지는 위협을 받지 않을 뿐 미국의 감시(?)를 받고 있으니까.
테러 조직이 활동하는 이유가 정말 궁금하지만 알고 싶지는 않다. 알아봤자 나의 삶과는 확연히 다른 상황에서 결정한 일이기 때문에 나는 절대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렇지만 몇몇의 사람들 때문에 평범하고 평화롭게 살아가고 싶은 사람들의 생활을 침해하고 가족을 무너트리고 삶의 희망까지 빼앗아 간다는 건 너무나 슬프고 화나는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욕심이라는 개념은 사람이라는 동물에게만 존재한다고 한다. 이미 모든 것이 풍족한 지금의 이 세상에서 어떻게 하면 다 같이 균등한 행복을 누릴 수 있을까 평화롭게 해결하지 못하고 나의 이기만을 위해 전쟁을 벌이는 것이 무척이나 안타깝다.
그래도 영화 속에서 사람이기 때문에 느끼는 연민의 감정을 보았을 때 안도의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즐겁게 놀고 있는 어린 소녀 한 명을 살리기 위해 상관의 명령을 거부하고 그 때문에 갈등하는 상관과 상관의 상관들의 모습을 보았을 때 영화이지만 감사한 마음까지도 들었다.
하지만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에 책임을 회피하고자 서로가 서로에게 떠맡기려 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았을 때는 마음이 불편했다. 다른 훨씬 진보한 국가들에서도 그런 모습이 어쩌면 비일비재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드론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영화에서도 드론의 활약이 컸다. 드론 말고도 벌새와 딱정벌레 모양을 한 소형 드론이 등장하는데 아주 불가능한 콘셉트는 아니겠다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요즘같이 과학과 기술이 발전한 시점에 그런 거 하나 못 만들겠냐는 것이다. 어쩌면 모기만큼 작은 드론도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나 같은 평범한 사람도 구글 어스를 통해 위성 사진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도 있는 마당에 진짜 전문가들은 어디까지 확인하고 들여다볼 수 있는지 감히 상상도 못하겠다. 심히 무서운 세상이다.
이 영화가 이슈가 되는 이유는 소재뿐만이 아니다. 2016년 1월 14일 췌장암으로 별세한 앨런 릭맨의 마지막 영화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우리에게 해리포터 시리즈의 스네이프 교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 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우울증에 걸린 로봇 마빈의 목소리, 러브 액추얼리의 해리로 유명한 배우였다.
나에게 그의 목소리는 약간은 차갑고 쌀쌀맞게 들렸지만 웃을 때의 모습은 세상 따뜻한 사람이었다. 연륜에서 묻어 나오는 내공이라고 할까? 이 영화에서도 그는 특별히 신경 쓰지 않은 듯한 연기를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그가 내뿜는 아우라는 대단히 강력했다.
세상 일에 무관심하고 나의 삶에 불만이 많은 어느 누구라도 이 영화를 본다면 내 인생에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요즘 우리나라를 헬조선이라 폄하한다고 해도 분쟁지역이 아닌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 무한한 감사함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갖게 하는 Eye in the Sky 아이 인 더 스카이는 젊은 청년들이 반드시 봐야 할 영화가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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