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과학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이식된 기억 속 테러범을 추적하라!
CIA 에이전트 '빌'(라이언 레이놀즈)은 워싱턴, 베를린, 베이징을 폐허로 만들 반정부 테러조직의 배후를 추적하던 중 그들에게 쫓기게 된다. 테러를 막을 단서를 지키기 위해 CIA는 뇌과학 연구 권위자 ‘프랭크’(토미 리 존스)의 주도로 '빌'의 기억과 능력을 강력범으로 수감 중인 '제리코'(케빈 코스트너)에게 이식한다.
'빌'의 기억을 이식받은 '제리코'는 마침내 테러를 막아내기 위한, 그리고 '빌'의 아내인 '질'(갤 가돗)을 지키기 위한 싸움을 결심한다.
노장은 살아있다!를 온몸으로 보여주는 케빈 코스트너. 그를 처음 영화에서 본 것이 보디가드였었다. 그때의 그는 얼굴에 주름 하나 없는 젊은 남자였는데 이제는 얼굴에 주름이 무성한 할아버지 느낌이 물씬 풍긴다. 하지만 나이를 먹는다고 그 재능이 어디 갈까. 더 멋있으면 더 멋있어졌지 나이가 그를 멋지지 않게 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노신사. 토미 리 존스. 어느덧 세월이 이리도 흘렀는지 그의 얼굴에 깊게 팬 주름과 시간이 남겨놓은 흔적들이 조금은 씁쓸하게 했지만 역시나 노장의 저력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나이가 드는 훌륭하고 익숙한 배우들이 어느 날 아침부터 다시 그들의 연기를 볼 수 없다는 비보를 듣게 될 것을 생각만 해도 벌써부터 마음이 저릿한 느낌이다.
뭐랄까, 이 영화는 액션 영화이면서도 SF 영화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는데, 과연 정말 한 사람의 기억을 타인에게 이식해 사람을 바꿔버릴 수 있을지 궁금하다. 장기이식을 하고 난 후 이식을 받은 사람들이 기증자의 기억을 전이 받아 기억해버리는 경우가 종종 발견되기는 했었다. 하지만 이 경우는 조금 다르다. 장기를 이식하는 것이 아니라 뇌에 정보를 입력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USB에 담긴 내용을 다른 컴퓨터에 복사해 넣는 것과 같은 것이다.
설사 그것이 과학으로 실현 가능하다고 해도 그것이 윤리적으로 옳은 일일까? 기억을 받는 몸은 어디서 구할 것이며 또 주입을 받는 개인의 권리는 어떻게 보상해 줄 수 있을까?
만약, 토탈리콜인지 어디에선 지 본 것 같은데, 기억을 구매하는 형식이 된다면 저작권의 문제도 복잡해질 것이고, 또 거래되어서는 안될 (예를 들어 폭탄 제조, 마약 제조, 블랙마켓 등) 정보들이 거래가 되기 시작한다면 그 관리는 또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영화에서의 경우는 특수한 경우였다. 기계의 힘으로만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나라를 구할 중요한 정보를 알고 있는 요원의 기억을 살려내야 한다. 그리고 실험 대상은 악랄한 범죄자. 세상에 있을 의미도 없는 범죄자. 그리고 어려서 뇌를 다쳐 뇌가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하고 있는 완벽한 조건의 실험 대상.
그렇다고 한들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을 한다는 것 자체가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내가 만약에 이 사건을 지휘하는 담당자였다고 해도 나의 선택은 그와 같았을 것 같다. 여전히 사람의 목숨을 갖고 저울질하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쨌든 저울 위에 올려놓고 보면 확실히 더 큰 무게를 가진 쪽이 있을 테니까.
영화가 좋게 잘 마무리됐다. 나쁜 놈들은 벌을 받고 착한 사람들은 기쁨을 얻었다. 범죄 액션 영화이지만 액션이 생각보다 적었다. 그렇지만 잔인한 몇 개의 장면은 극도로 잔인했던 것 같다.
나이 든 배우들의 연기가 편안하면서도 깊이가 있어서 몰입하기 좋았고, 갤 가돗의 미모는 침이 흐를 정도로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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