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전례 없는 와인 수요는 보르도 와인에 커다란 혜택일까 아니면 위협일까?
동양과 서양의 복잡한 관계를 탐구하는 과정 속에서,
나레이터 러셀 크로우는 관객들을 불안정한 보르도 와인 산업과
그것에 영향을 끼치는 변화하는 시장들로의 여행에 가이드가 되어 줄 것이다.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인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만 알고 본 영화다. 와이너리에 관한 영화니 당연 프랑스나 이태리에 관한 이야기 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중국에 관한 이야기이다. 내가 꼬인 마음을 가져서 그런지 몰라도 프랑스 와인을 칭송하는 호주사람이 지능적으로 중국을 폄하하는 시도로 느껴졌다.
와인의 우아함을 화면에서도 보여주 듯, 화면의 비율과 색감이 마치 와인의 빈티지를 눈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효과를 준 것 같았다. 배경에 깔리는 음악과 화면이 마치 무척이나 관능적인 것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시각을 자극했다.
러셀 크로우의 나레이션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마치 글래디에이터의 삽입장면을 보는 느낌을 자아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연결점이 보였다. 약간은 방해가 된다는 뜻이다.
100년 중 보르도 Bordeaux에서 가장 뛰어난 빈티지를 얻을 수 있는 기간은 통틀어 5~6년 정도에 불과하다. 최근에는 1961년, 1982년, 2009년이 있다. 끝이라 생각했지만 생각과는 달리 2010의 완벽한 기후조건이 갖춰지며 예상치 못하게 완벽하면서도 특별한 빈티지가 생산되었다.
보르도의 매년 봄에는 앙 프리뫼르 라는 시음회가 열린다. 밀라노의 패션쇼처럼 와인계에서 가장 강력하며 영향력이 있는 언론가들과 비평가들을 초청해 그 앞에서 새 시즌에 내 놓을 와인들의 퍼레이드를 하며 소개한다.
와인은 단지 술이 아니라 예술이며 동시에 비즈니스로 직결된다. 평론가들이 시음하고 평가해 발표를 하면 와인의 가격이 책정되고 바이어들이 구매를 시작한다. 구매가 이뤄지면 각자의 저장고에 밀봉되고 수년 후 판매가 되는데 어떤 와인들은 우리가 어떤 맛인지도 모르고 생김도 모르는 것들도 있다.
갑자기 중국이 나오면서 이야기의 흐름이 급격히 바뀌게 되었다. 나는 프랑스나 이탈리아의 이야기 일것이라 생각하고 본 것이기에 처음에는 거부감도 들었지만 중국 이야기를 반드시 해야하는 이유가 있었다. 자본에 관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중국이 사유재산을 인정한 이후 신흥재벌들이 급증했다. 그 수는 미국의 재벌들보다 더 많은 수이며 그들은 자신의 부를 적극적으로 표현하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중국은 많은 명품시장을 들여왔고 상당한 매출을 올려주고 있다. 어떻게 보자면 명품에 중독 되었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런 중국 사람들이 와인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는 와인 업계의 마케팅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중극 사람들의 자본은 기대 이상이었다. 기존보다 40%나 더 높게 책적된 좋은 빈티지의 와인들을 중국 재벌들이 대거 구매하면서 와인의 값은 말 그대로 폭등했다. 전문가들은 와인의 거품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중국 사람들은 명품에 중독되었기 때문에 전반적인 와인에 대한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니라 몇 개의 유명 브랜드에만 집착하는 문제가 있었다.
그리고 중국이 거론되면 늘 따라다니는 문제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가짜가 판을 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중국의 관심은 시들해 진 것 같다고 영화는 말했다. 그리고 그 거품도 꺼졌다고 말했다.
영화 끝 부분, 보르도의 생산자들이 고백하듯 말하는 부분이 있다. 그들의 포도에 대한 열정과 와이너리에 대한 자긍심과 와인에 대한 소박하지만 수 세기를 이어 내려온 사랑에 대한 진심어린 목소리와 눈빛을 여과 없이 그대로 담은 단 몇분은 감히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진정성에 눈물 흐르지 않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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