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도 그 날을 기억한다.
새벽 이였다. 아빠는 그 날 골프 중계를 보기 위해 깨어 있었다. 나는 어쩐일 인지 화장실이 가고 싶어 자다 일어났고 그 순간 아빠가 날 붙잡았다. 테레비좀 보라고. CNN이였다. 도통 무슨 소린지 알아 들을 수 없었지만, 눈에 익은 쌍둥이 빌딩의 한개 에서 검은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몇 분이나 흘렀을 까, 어떤 비행기 한 대가 나머지 빌딩으로 내리 꽂혔다. 전 보다도 무거운 연기가 용케도 하늘로 쏟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 빌딩은 무너져 내렸다. 그 때 나는 중학교 2학년 이였던 것 같다. 후에 미국으로 유학을 갔을 때, 때 마침 911테러 2주년 행사가 열렸었다. 그리고 1년 후 집으로 돌아올 때, 테러 덕분인지.. 양말과 벨트 까지 벗고 탐색을 하고 PDA의 내부까지 검사를 받고 (당시 PDA가 뭔지 어떤 용도에 사용되는지에 대해 오랜 시간 동안 설명을 하고 설득을 해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신발 밑창 까지 들춰 보여줘야 했다.
아직 까지도 911 테러에는 무수한 억측과 가설과 미스테리들이 공존한다. 빈 라덴의 테러이다, 미 정부의 연극이다, 등등의 스토리들이 세상을 지배 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사실은 그로 인해 엄청난 숫자의 무고한 사람들이 사망했다는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쯤에, 납치 당한 비행기 속 사람들이 하나로 뭉쳐 테러범을 장악하고 살기 위해 몸부림을 친다.하지만 야속하게도 운명은 그들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어쩌면 그 안에서 벌어졌던 상황은 영화속에서 보여진 것보다 몇배씩이나 더 아수라장이였을 거고 더 긴박하고 애절했을 것이다. 그 들에게 애도의 인사를 하게 되지만 비열하게도 내가 저기에 없었다는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들이 갖고 있던 일말의 희망, 그 자리에는 은퇴한 비행기 조종사도 있었고, 한 힘하는 럭비 선수도 있었고, 응급 처치를 할 줄 아는 사람도 있었고, 차분하게 일을 처리 할 줄 아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의 오직 희망은 은퇴한 비행기 조종사에게 자리를 내어 주는 것. 그 목적이 이루어지려는 찰나에 비행기는 땅으로 들어간다. 마치 모두를 하데스 앞으로 데려다 주려고 하는 지하세계행 비행기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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