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 호야 : 好夜


호야 : 好夜









조선을 배경으로 한 연정 스캔들이 주된 내용이 되는 연극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1990년 아래로 내려가는 일들이라면 치가 떨리고 머리가 새하얗게 변해버리는 부끄러운 습관이 있어서 그런지, 연극의 배경을 쉽게 이해할 수도 없었고 (아마 아직도 이해를 못한것 같기도 하다) 쉽게 몰입할 수도 없었다. 그래도 인정할건 인정해야 하니까 언급하는 것은 배우들이 입고 있던 한복이 정말 화려하고 아름다웠다는 것인데 나중에 듣기로는 왕의 역을 맡은 연기자의 아내되는 분께서 직접 전부 제작했다고 했다. 보통 솜씨는 아니신것 같다. 그리고 연기자들의 연기력은 단연 뛰어났다. 중간 부분부터 사람들이 흐느끼는 소리가 연기자의 목소리 만큼 크게 들렸으니까. 그건 중앙에 앉아서 본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나는 제일 왼쪽 싸이드에 앉아서 뒤에 있는 엄청 큰 아저씨가 내 엉덩이를 계속 차는걸 싫어하면서 보느라 집중하기도 힘들고 마치 제 3자의 입장에서 방관하는 자세에서 연극을 봤기 때문에 아마도 감정이입에 문제가 좀 있었던것 같다. 그래도 연기력 하나는 정말 최고였다.


연극은 애매모호한 시작점을 갖고시작을 한다. 뒤에 서있던 한 아낙이 계단으로 내려오면 그것이 시작점인데 한국 무용을 기반으로 한 퍼포먼스인지 덩실덩실 걸어다니는게 무척이나 고왔다. 그 아낙이 해설자이자 숙원이자 상궁의 역을 맡은 연기자인데 목소리도 앙증맞고 곱상하게 생겼다. 무대를 두어바퀴 돌았다. 무대는 아마 정 사각형이라고 생각이 되고 정 중앙에 3~4미터 정도 되는 정 사각형이 또 조금 위로 올라가있다. 둘레에는 방석들이 놓여있었고 양쪽 에는 악기들이 있고 뒤에 두명은 첼로와 기타를 들고 있었다. 출연하는 배역은 대비 마마, 대신, 최고 내시, 왕, 중전, 귀인, 한상궁, 한자겸, 해설자 이렇게 9명이다. 왕은 한 시대를 이끄는 인물 이지만 자신의 목숨을 잃을까 , 누가 자신을 몰아내려 하지 않을까 고민에 노심초사 하며 정신을 놓치며 살아가고 있던 중, 대비 마마와 대신을 중심으로 한 왕을 반대하는 세력이 조성된다. 대비 마마의 계략으로 중전과 왕의 합방을 진행하고 왕은 중전을 찾아 가지만 왕세자의 책봉이 급하다는 대신의 목소리와 함께 중전의 오라버니인 한자겸이 왕의 첩인 귀인과 놀아난다는 소문도 왕의 귀에 들어간다. 자아 분열을 하는 왕에 의해 귀인은 고문을 당하다 죽게되고, 귀인을 사랑하던 한자겸은 스스로 목숨을 끊고, 왕을 뜯어 말리던 한상궁도 죽임을 당하게 된다.


눈물도 흘리지 않고, 감정 이입도 되지 않았었지만 그래도 기억에는 남는 구절이 있다. 중전이 말하기를 "오라버니, 나는 부처가 되려나봐.. 점점 욕심이 없어져.." 라는 말에 마음이 동했다. 이렇다 저렇다 할 목적도 없이 여러 사람의손에 이리저리 던져지면서 자꾸 자신을 잃어가고 목소리도 낼 수 없는 스스로에 대한 연민을 아깝게 여기며 한 말인것 같다. 그리고 한자겸이 말했다. "슬퍼 말아라. 너는 성은을 입은 것이니라. 기뻐해야 하느니라..... 상한 마음 거두거라.. 내 너로인해 숨을 쉬니"..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억지로 떠나 보내야만 하는 이제는 더 이상 나의 사람일 수 없는 나의 사랑을 마음 아프게 보내지 않으려 귀에 좋은 말을 하지만 사실은 본인의 마음이 더욱 찢어지고 무너지지 않을 리가 없다.. 그러나 저러나 스토리는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하고 배신하고 사랑하고... 진부하다고 할까?


이 연극의 모든 음악과 효과음은 무대에서 모두 이뤄진다. 특히 대신 역을 맡은 연기자가 만들어 내는 효과음이 일품이였다. 부엉이, 닭, 새, 귀뚜라미, 바람, 긴장감 등등의 소리를 재미있는 제스쳐와 함께 만들어 내는데 무릎을 치며 감탄할 정도로 잘 했다.

제목을 그대로 보면 좋은 밤이지만, 사실은 궁에서의 무서운 밤의 이야기이다. 다른 연극과는 다르게 지문에 감정을 실어서 책을 읽으면서 이미지를 상상하는 듯한 효과를 만들어주는 특색있는 스타일의 무서운 하룻 밤. 연극의 끝에서 귀인과 한상궁과 한자겸은 밝은 얼굴과 가벼운 몸짓으로 중전을 부른다. 현실은 그토록 무섭고 괴롭지만 그들이 있는 그 곳에서는 행복하고 아름답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하는 것일까? 아니면, 현실에서의 모든 일들은 떠나고 나면 모두 부질 없는 일들 이라는 것을 알려주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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