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 Crime and Punishment 죄와 벌





도스토예프스키 원작의 죄와 벌 Crime and Punishment 를 연극으로 만든 죄와 벌.

내가 다니는 학교에 계시는 김태훈 교수님과 친구 라경민이 출연한 작품이다. 원체 죄와 벌이라는 책 자체도 어려운 책인데, 연극으로 보니 약간은 더 어렵지 않은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

가난 때문에 공부를 중단하고 있는 라스꼴리니코프는 어느 날 선술집에서 만난 퇴역관리 마르멜라도프를 만나고 가족의 생계를 위해 매춘부가 되어 돈을 벌고 있는 딸 소냐의 이야기를 듣는다. 라스꼴리니코프 역시 가난 때문에 시계, 담배케이스 등을 맡기러 전당포에 자주 들르게 되는데 그 곳 전당포 주인 알료나는 이자까지 악착같이 받아내는 인정 없는 노인으로 라스콜리니코프는 그녀를 사회 악이라고 생각한다. 우연히 시장에서 노파가 혼자 있는 시간을 알게 된 라스꼴리니코프는 도끼를 들고 전당포를 찾아가 그녀를 죽인다. 절친한 친구 라주미힌이 방문해 마침 살인 이후 불온전한 정신과 육체의 라스꼴리리코프가 아프다고 생각하고 그를 돌봐준다. 라스꼴리니코프는 어머니가 어려운 환경에서도 겨우 송금해 준 돈을 마르멜라도프가 죽자 그의 장례비로 미망인 카테리나에게 주는데 이 때문에 여동생 두냐의 약혼자, 루진에게 창녀 소냐와의 관계를 의심을 산다. 루진은 이를 계기로 라스꼴리니코프와 소냐를 곤경에 빠뜨리려다 오히려 그의 속물 근성이 드러나고 이러는 사이에 포르피리는 라스콜리니코프를 의심하게 된다. 라스꼴리니코프는 자신의 행위와 인간의 존재와 본성에 대한 고뇌와 신념, 그리고 죄에 대한 고통과 희생에 대해 고민을 하다 끝내 소냐를 찾아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소냐의 간절한 소원으로 자수를 한다. 그는 시베리아로 유형을 가고 소냐 역시 사랑하는 라스꼴리니코프 향해 시베리아로 떠난다는 줄거리를 가졌다.

소설의 내용을 어떻게 재해석 한다거나 모티브를 활용한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원작 자체를 함축하여 몸짓으로 읽어준다는 개념의 형식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그렇다보니 작품의 러닝타임은 3시간이 넘어갔고 더러는 인터미션시간에 자리를 떠나는 사람도 있었다. 인물의 의상이 디테일한 점과, 제한된 장치를 이용하여 다양한 공간으로 변형하여 활용한다는 점은 아주 좋았지만 어쩌면 원작 그대로를 연극했다는 점이 약간은 부족한 점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왜냐면 보통 문화생활을 즐겨하지 않거나 직업적으로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라면 굳이 죄와 벌을 돈을 내고 보러 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대부분 어느 정도 문화적 레벨이 평준보다는 높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게 되고 따라서 그들이 죄와 벌을 읽어보지 않았을 경우는 상당히 드물지 않을까?

책을 읽을 때는 화면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인물과 배경등 다양한 화면을 상상으로 만들어 내면서 읽게 된다. 상상이라는 장치는 제한이 없어서 왠만한 실력이 아니고서는 상상을 이기기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쉽게 말해서, 나니아 연대기나 해리포터 같이 원작 소설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화면을 구성해 내지 못한다면 성공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 소설을 읽어보면 배경, 환경, 인물의 성격, 옷차림 등 상당히 다양한 부분을 상세하게 묘사한다. 그 말은 상세한 묘사로 독자들은 상세하면서 탄탄한 상상을 하게 된다는 뜻이다. 이런 상상릐 결과를 머리 속에 담은 사람들이 극장에 찾아와서 연극을 봤을 때의 괴리감은 설명하기 어려울 것이다.

작품이 이상하거나 부족하다는 점이 아니라 훌륭한 원작 소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원작 내용을 그대로 연기했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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