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이 된다는 것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두려움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서양도 같은 정서를 갖고 있는가 보다. 서른. 뮤지컬의 주인공인 존은 삼십 년은 단지 십 년이 세 번 지나간 것뿐이다라고 말을 한다. 5년 후면 나도 서른이 된다. 나이를 먹는 것은 서른이건 스물다섯이건 똑같이 두렵고 걱정이 많은 것 같다. 일과 사랑, 노는 것과 공부하는 것, 이상과 현실의 관계를 저울질하고 따져가면서 보다 안정적인 길을 찾으려고 한다. 처음에 가졌던 이상에 대한 열정과 꿈은 점차 뒤로 접어두게 되는 채로.
존은 이제 며칠 있으면 서른이 된다. 존은 소리가 들린다. 틱, 틱, 붐. 째깍, 째깍, 쾅. 그는 지난5년간 뮤지컬의 넘버를 제작하는데 온 힘을 쏟았다. 그러는 동안 절친인 마이클은 배우가 되려는 꿈을 접고 광고회사에 들어가 돈을 많이 벌어 좋은 집과 차를 얻는다. 존은 2년간 연애를 하고 있는 수잔이라는 여자친구가 있다. 수잔은 무용수다. 수잔은 힘들어하고 있는 존이 모든 것을 걸고 있는 뮤지컬 넘버 제작에서 실패를 맛보고 슬퍼할 것에 노심초사하고 뉴욕을 떠나고 싶어한다. 그러나 존은 뮤지컬의 성지라고 할 수 있는 브로드웨이를 떠날 수가 없다. 마이클은 자신의 회사에 나와 일을 할 것을 권유하지만 존은 쉽게 결정할 수가 없다. 고대하던 워크샵의 날이 되었고 많은 사람들의 찬사를 듣지만, 수잔은 그를 떠날 준비를 하고 뮤지컬의 제작은 모두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마이클은 낙담한 친구를 달래 주지만 인생에 대해 왈가왈부 하는 친구에게 존은 쉽사리 화가 사그러들지 않는다. 그러나 마이클이 에이즈에 걸려 죽어간다는 것을 알고 친구를 잃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에 슬픔을 노래한다. 드디어 서른이 되는 생일 날. 수잔이 미리 돌려놓은 초대장 덕분에 존의 아파트는 시끌벅적하다. 친구들이 찾아왔고 마이클과 수잔도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집으로 왔다. 마이클에게 존은 음악을 져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한다. 수잔에게 잘 지낼 것을 약속한다. 그 때, 전화벨이 울리고 전화를 통해 그의 우상이 함께 작업을 하자는 제안이 들려온다. 잠시 후 사람들에게 이끌려 생일노래를 연주하기 위해 피아노 앞으로 끌려간다. 항상 귓전을 맴돌던 틱, 틱, 붐하는 소리가 이제는 점차 희미해진다. 이 지겨운 소리를 가릴 수 있도록 그는 되도록 크게 피아노를 연주하리라 마음 먹는다.
이 극에는 세 가지의 사랑이 등장한다. 존과 수잔의 이성간의 사랑, 존과 마이클의 우정, 그리고 존과 음악. 그리고 이 세 가지의 사랑이 세 번의 십 년이 지나가는 시점에 세 가지의 갈등을 제공한다. 존과 수잔은 깊이 사랑했지만 그 둘이 바라보는 이상과 현실은 지극히 다르다. 그들의 이상은 둘이 함께 사랑하며 사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 속에서의 존은 꿈을 위해 열정을 쏟을 수 있는 뉴욕을 지키고 싶지만 그런 존이 안쓰럽기만 한 수잔은 뉴욕을 떠나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에서 가정을 꾸리고 싶어한다. 결국 둘은 각자의 이상을 찾아 떨어지게 된다. 이상을 쫓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던 타협을 해야 한다. 여기서의 타협은 떨어지는 것이다. 이별의 아픔은 깊겠지만 둘의 이상은 곧 현실이 될 것이다.
존과 마이클은 8살 여름 캠프에서 만나게 되었다. 당시에 따로 친하던 친구가 있었지만 금새 절친이 되었고 서른이 되는 지금까지도 아주 가깝게 지낸다. 둘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함께 자랐고 함께 노래하며 꿈을 키웠다. 그러나 마이클은 게이이고 존은 스트레이트이다. 마이클은 배우가 되려는 꿈을 접고 돈을 선택했다. 반면 존은 음악가의 길을 고수하고 있다. 다툼도 많지만 서로에게 의지도 하고 보듬어 준다. 어른들이 말 하기를, 진정한 친구 하나만 있어도 성공한 것이다 라고 했다. 그 말에 적용하자면 존과 마이클은 돈이나 꿈을 제외하고도 성공한 사람이 될 수가 있겠다.
존은 음악을 사랑한다. 음악에 모든 것을 걸었다. 음악 때문에 슬픔도 오고 환희도 온다. 음악이 있어서 그는 두려움을 느끼고 또 음악으로 그것을 극복하게 된다. 존은 온 열정을 담아 뮤지컬 악을 제작한다. 철저하게 실패를 맛 본 그는 또 다시 그렇게 5년을 보내면서까지 다시는 음악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마음이 생기게 되지만 역시 그에게는 음악이 전부였다. 그러면서 나는 생각했다. 나는 디자인을 하는 사람인데 디자인에 과연 그 만큼에 열정을 쏟아 부었는가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디자인으로 막대한 실패를 맛보더라도 다시 디자인에 몸을 던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하나의 대단한 디자인을 하기 위해 5년이나 되는 시간을 쏟아 부으며 지낼 수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낼 수 있을 만큼 디자인을 사랑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땀 흘리면서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는 저 배우처럼 디자인을 하고 있는 것일 까라는 생각을 했다.
뮤지컬의 배경은 렌트에서 나오는 인물들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예술을 하면서 예술과 현실 사이의 괴리 속에서 갈등하는 사랑과 우정을 이야기 하는 내용이니 말이다. 게다가 연기의 배경도 비슷하다. 집에 와서 좀 더 찾아본 후 렌트의 작곡자가 작업한 작품이라는 것을 알고 재미있는 기분이 들었다. 개인적인 입장으로 렌트는 보다 예술 쪽에 이야기를 전개하고 틱틱붐은 인간관계에 대해 집중한다고 생각했다. 렌트는 틱틱붐보다 규모가 큰 뮤지컬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배고픈 예술가를 제외하고는 공감대 형성이 어려울 것이고 또 자극보다는 보고 나서 재미있게 봤다 하는 감상이 끝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틱틱붐은 렌트에서 보다 인간적이고 친근하게 접근해 직업에 막론하고 어떠한 자극제를 얻어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인 극의 느낌은 반항적이라는 것이 강했다. 가장 단적인 예로, 존은 가운데 손가락을 몇 번이나 치켜드는 행동을 했고, 연기를 하면서 현실에서 사용하는 비속어들을 사용했다. 아무렇지도 않게 아주 익숙하게. 이런 연기를 통해서 예술을 하는 사람들의 고단함과 그들을 괴롭히는 세상과 사람들에게 아주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한 것 같다. 또한 배우들이 일을 하는 식당의 배경을 묘사하는 부분에서는 브런치를 먹으러 오는 사람들을 풍자했다. 일요일 아침 조금만 부지런하면 집에서 밥을 먹을 수도 있는데 기꺼이 밖으로 나와 돈을 주고 식당에서 밥을 먹는 사람들을 가리켰다. 교양이 있는 척, 자신들이 뭐라도 되는 척 연기하고 꾸미면서. 현실이 이상인 척 가면으로 두르고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을 멍청한 바보들이라고 말했다.
서른이 되는 것이 왜 두려운지 나는 아직 모른다. 아직 5년이 남았기 때문이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 수록 시간이 빨리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이틀을 산 아기의 하루는 그 아기 인생의 절반을 차지하기 때문에 그 하루는 엄청나게 길다. 그에 비해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하루 24시간은 전체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점점 적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가, 일 년이 빨리 지나가는 것처럼 인식이 되는 것이라고 한다. 나는 처음으로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다는 것을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서 알았다. 그 때 다짐한 것이 하나 있는데 일종의 스스로에 대한 약속이었다. 여태껏 까맣게 잊고 지냈었는데 오늘에야 다시 생각이 났다. 앞으로 나의 시간도 점차 더 빠르게 지나갈 것이고 나의 서른도 곧 다가오겠지.
윤공주, 신성록, 이주광
수잔, 존, 마이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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