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현의 노래



현의 노래
김훈

눈이 글을 읽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 글자를 느끼듯 책의 첫 장은 시작한다. 가야 왕의 순장하는 장면을 묘사하는 첫 장은 마치 내가 구덩이에 누워 돌뚜껑에 짓눌리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잔인하고 지독했다. 현의 노래라는 제목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전개가 충격일 정도였다. 주인공 우륵이 살던 가야의 멸망과 그 안에서 일어나는 믿기 어려운 역사의 묘사의 문체는 다시는 없을 것 같았다.

알다시피 우륵은 가야금을 만든 창시자이다. 그 사실에 김훈씨의 상상을 덧대어 가야의 금이 만들어졌던 과정을 애잔하게 그려냈다. 우륵은 버릇처럼 말했다. 소리는 주인이 없는 것이고 살아있을 때의 소리이다. 소리는 현에서 나는 소리도 아니고 사람에게서 나는 소리도 아니다. 사람은 소리를 빌려서 소리를 낼 뿐이다. 우륵은 금을 만들어내기 위해 가야의 고을 곳곳을 여행한다. 사람이 사는 모습을 보고 죽는 모습을 기억했다. 악사로서의 최선을 다했고 억울함도 달랬다. 그는 소리를 위해 자존심도 무참히 버린 남자였다. 이곳 저곳을 다니며 각 지방의 금을 찾아내어 좋은 점은 취하고 약한 점은 고쳐냈다. 최고의 울림을 만들어 줄 목재를 위해 수년을 정성들였다. 금이 12줄의 현을 가지게 된 연유는 간단했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우륵과 제자 니문은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잘 알았다. 가야를 아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왕보다도 전쟁을 하는 군사들 보다도 그 고을에 사는 누구보다도 가야를 잘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소리를 위해 적의 영토 신라로 넘어가 소리를 구원해 달라 청하던 그의 마음을 내가 어떻게 다 이해를 할 수가 있을까.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애잔하면서도 요란스럽다. 끝없는 전쟁과 그를 부추기는 여러 세력들 사이에서 생기는 글자의 소리는 참으로 요란스럽다. 그 소리에 억눌린 다른 사람들은 애잔하다. 편히 살고 있는 내가 미안 스러울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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